유럽, 천문학적 몸값으로 테러 세력 키워 1월 18일 이슬람 테러단체에 인질로 잡힌 프랑스 근로자의 부인이 프랑스 카호르市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수막 사진은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에서 근무하다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에 의해 납치된 프랑스 인질 4명의 얼굴. 이들은 기자회견 당시 28개월 째 말리에 감금된 상태였다. PASCAL PAVANI/AFP/Getty Images 자국민을 고수익 상품으로 만드는 역효과유럽 정부가 지불한 몸값이 테러집단의 몸집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시민단체인 미(美)-이슬람회의(AIC)의 나세르 웨다디는 뉴욕타임스 기고문(16일자)에서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지난해 4월 말리 북부를 장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유럽 국가들이 지불한 몸값을 꼽았다. 기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지불한 몸값이나 무기가 결국은 테러 단체를 키운다는 교훈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 때문에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최소 2003년부터 본의 아니게 테러 단체의 금고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 웨다디는 지난 10년 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가 테러 단체에게 지급한 인질 몸값만 1억 3000만 달러(1400억 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웨다디는 “자국민의 목숨을 구하려는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은 이해하지만 몸값을 지불함으로써 자국민을 아주 비싼 상품으로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테러 단체들은 구호단체 직원, 자원봉사자, 관광객 등 유럽인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2009년 알제리 언론은 테러 단체들이 몸값으로 무기와 통신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네기평화재단도 한 보고서를 통해 인질 몸값이 “AQIM(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라고 썼다. 북아프리카 무장 세력들은 과거에는 주로 마약과 담배 밀매로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납치가 주요한 자금원이 됐다. 지난 1월 알제리 가스전 공격을 주도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납치를 고수익 사업으로 만든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유럽 관광객 32명을 납치해 650만 달러(70억 원)를 받아냈다. 그는 이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말리 정부 관리를 매수해 사막에 자신들의 기지를 건설하고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세웠다. 이듬해부터 모리타니, 알제리, 니제르,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다른 국가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세력을 확장해갔다. 유럽연합은 몸값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말리에 접한 알제리의 경우 특히 수년 전부터 인질 몸값이 자국의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급기야 알제리는 유엔 총회에 테러단체에 인질 석방금 지급을 금지하는 안건을 제기하기도 했다. 웨다디는 “유럽이 일관된 정책을 수립했다면 말리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럽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괴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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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천문학적 몸값으로 테러 세력 키워
    • [ 기사입력   2013-02-20 15:23:54 ]

      1월 18일 이슬람 테러단체에 인질로 잡힌 프랑스 근로자의 부인이 프랑스 카호르市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수막 사진은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에서 근무하다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에 의해 납치된 프랑스 인질 4명의 얼굴. 이들은 기자회견 당시 28개월 째 말리에 감금된 상태였다. PASCAL PAVANI/AFP/Getty Images

       

      자국민을 고수익 상품으로 만드는 역효과


      유럽 정부가 지불한 몸값이 테러집단의 몸집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시민단체인 미(美)-이슬람회의(AIC)의 나세르 웨다디는 뉴욕타임스 기고문(16일자)에서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지난해 4월 말리 북부를 장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유럽 국가들이 지불한 몸값을 꼽았다.


      기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지불한 몸값이나 무기가 결국은 테러 단체를 키운다는 교훈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 때문에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최소 2003년부터 본의 아니게 테러 단체의 금고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


      웨다디는 지난 10년 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가 테러 단체에게 지급한 인질 몸값만 1억 3000만 달러(1400억 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웨다디는 “자국민의 목숨을 구하려는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은 이해하지만 몸값을 지불함으로써 자국민을 아주 비싼 상품으로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테러 단체들은 구호단체 직원, 자원봉사자, 관광객 등 유럽인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2009년 알제리 언론은 테러 단체들이 몸값으로 무기와 통신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네기평화재단도 한 보고서를 통해 인질 몸값이 “AQIM(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라고 썼다.


      북아프리카 무장 세력들은 과거에는 주로 마약과 담배 밀매로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납치가 주요한 자금원이 됐다. 지난 1월 알제리 가스전 공격을 주도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납치를 고수익 사업으로 만든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유럽 관광객 32명을 납치해 650만 달러(70억 원)를 받아냈다. 그는 이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말리 정부 관리를 매수해 사막에 자신들의 기지를 건설하고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세웠다. 이듬해부터 모리타니, 알제리, 니제르,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다른 국가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세력을 확장해갔다.


      유럽연합은 몸값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말리에 접한 알제리의 경우 특히 수년 전부터 인질 몸값이 자국의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급기야 알제리는 유엔 총회에 테러단체에 인질 석방금 지급을 금지하는 안건을 제기하기도 했다.


      웨다디는 “유럽이 일관된 정책을 수립했다면 말리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럽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괴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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