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팽이를 치려면 나무부터 구하자꾸나” 엄천강을 가로지르는 송문교를 지나 송전마을로 들어선다. ‘육지 속 섬마을’이라는 말 그대로 한적하다.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좁은 들머리를 지나 엄천강을 따라 길을 오르면 도로 아래로 산뜻한 건물이 보인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앉은 집들 중 가장 아래 위치한 이곳이 송전산촌생태마을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마을 휴양소다. 지난 2007년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되면서 건립한 이곳에는 숙박 시설과 식당, 체험장이 있다. 송전마을은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된 뒤 휴양소 관리부터 체험 프로그램 진행까지 모든 일을 주민들이 꾸려오고 있다. 초창기에 잠시 외부 인력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은 모든 일을 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한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산골 마을이 산림청이 선정한 ‘최우수 산촌생태마을’이 된 것도 이처럼 한마음으로 뭉친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2007년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된 송전마을은 이듬해 최우수 산촌생태마을로 선정됐다. 체험마을의 꽃은 단연 체험 프로그램이다. 송전마을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한데 그 명성(?)에 비해 체험 프로그램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연 만들기, 팽이 만들기, 짚공예 등 어디서나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무엇보다 체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 만들기에 사용하는 대나무는 마을 옆 대숲에서, 팽이의 재료가 되는 옹이 있는 나무는 마을 뒷산에서 베어 온다. 팽이채에 필요한 끈도 마을 주변에 심어놓은 닥나무 껍질을 사용한다. 시간과 품, 정성이 그만큼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송전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이처럼 재료 구하기에서 시작한다. 체험객이 주민들과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대나무를 베고, 옹이가 있는 나무를 찾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산길을 헤매는 건 아니다. 잘 짜인 동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을 구경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지는 주민들의 구수한 입담은 덤이다. 최후의 빨치산 장순덕이 기거하던 선녀굴 이야기며,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다랑논 이야기, 닥나무로 한지를 만드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산책에 재료 구하기 그리고 마을 이야기까지, 일석삼조의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다. 마을 산책을 겸한 재료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료 손질에 들어간다. 산과 들에서 구한 재료는 꼼꼼한 수작업을 거쳐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간다. 5m나 되는 대나무는 가느다란 댓살이 되고, 투박한 나무토막은 날렵한 팽이가 된다. 얇게 벗긴 닥나무 껍질을 막대기에 묶으면 팽이채도 완성! 꼬박 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지루해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오히려 여유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연을 만들다 지루하면 대나무에서 나온 ‘창’으로 종이접기를 하고, 팽이를 만들다 지루하면 자투리 대나무로 칼싸움을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만의 놀이를 창조하고 즐기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컴퓨터게임 하느라 정신없을 아이들이 창과 자투리 대나무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 어른들이 더 놀라는 눈치다. 완성된 연과 팽이를 들고 찾은 곳은 휴양소 앞마당.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연날리기와 팽이치기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직접 만든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나온 아이들은 자신이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낯설기만 하던 팽이도 척척 돌리고, 바람의 방향을 읽어 연도 제법 높이 날린다. 마당 한쪽 정자에선 아이들이 짚공예 삼매경에 빠졌다. 비교적 수월한 체험이라지만, 짚신이나 달걀 꾸러미를 만드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짚신과 달걀 꾸러미가 제 모양을 갖추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제 손으로 꼰 새끼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보며 즐거워한다. 송전마을에서는 이외에도 계절별로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즈음에는 덕장에서 말라가는 곶감을 따서 포장지에 싸는 체험도 가능하다. 달콤한 곶감 한입 베어 문 아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어둠이 깔린 송전마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말자. 인공의 빛이 잦아든 산골 마을의 밤하늘은 현기증이 날 만큼 수많은 별을 아낌없이 선물한다. 송전마을에서 조금만 거슬러 나오면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다. 벽송사는 조선 시대 벽송 지엄이 창건한 사찰로, 한국전쟁 당시 소실된 것을 중건해 지금에 이른다. 보물 474호로 지정된 함양 벽송사 삼층석탑과 경상남도민속문화재 2호 벽송사목장승 두 기가 있다. 벽송사의 부속 암자인 서암정사는 벽송사 주지를 지낸 원응이 1989년부터 10여 년간 불사를 일으킨 곳으로, 석굴 법당과 각종 불교 조각이 유명하다. 벽송사와 서암정사는 걸어서 15분이면 닿을 수 있어 함께 돌아보기 좋다. 오도재와 지안재도 함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리산제일문이 위치한 오도재 정상에서는 지리산의 넉넉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悟道)는 벽송대사, 서산대사, 인오대사, 사명대사, 완성대사 등이 지리산을 오가며 깨달음을 얻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도재를 지나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지안재가 나온다. 가파른 길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조성한 이 길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차량 궤적을 촬영하는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함양을 말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상림이다. 천연기념물 154호인 함양 상림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언제 찾아도 좋지만, 특히 눈 내린 상림은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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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팽이를 치려면 나무부터 구하자꾸나”
  • [ 기사입력   2013-01-30 17:13:26 ]

     

    엄천강을 가로지르는 송문교를 지나 송전마을로 들어선다. ‘육지 속 섬마을’이라는 말 그대로 한적하다.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좁은 들머리를 지나 엄천강을 따라 길을 오르면 도로 아래로 산뜻한 건물이 보인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앉은 집들 중 가장 아래 위치한 이곳이 송전산촌생태마을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마을 휴양소다. 지난 2007년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되면서 건립한 이곳에는 숙박 시설과 식당, 체험장이 있다.

     

    송전마을은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된 뒤 휴양소 관리부터 체험 프로그램 진행까지 모든 일을 주민들이 꾸려오고 있다. 초창기에 잠시 외부 인력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은 모든 일을 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한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산골 마을이 산림청이 선정한 ‘최우수 산촌생태마을’이 된 것도 이처럼 한마음으로 뭉친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2007년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된 송전마을은 이듬해 최우수 산촌생태마을로 선정됐다.

     

    체험마을의 꽃은 단연 체험 프로그램이다. 송전마을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한데 그 명성(?)에 비해 체험 프로그램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연 만들기, 팽이 만들기, 짚공예 등 어디서나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무엇보다 체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 만들기에 사용하는 대나무는 마을 옆 대숲에서, 팽이의 재료가 되는 옹이 있는 나무는 마을 뒷산에서 베어 온다. 팽이채에 필요한 끈도 마을 주변에 심어놓은 닥나무 껍질을 사용한다. 시간과 품, 정성이 그만큼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송전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이처럼 재료 구하기에서 시작한다. 체험객이 주민들과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대나무를 베고, 옹이가 있는 나무를 찾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산길을 헤매는 건 아니다. 잘 짜인 동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을 구경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지는 주민들의 구수한 입담은 덤이다. 최후의 빨치산 장순덕이 기거하던 선녀굴 이야기며,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다랑논 이야기, 닥나무로 한지를 만드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산책에 재료 구하기 그리고 마을 이야기까지, 일석삼조의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다.

     

    마을 산책을 겸한 재료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료 손질에 들어간다. 산과 들에서 구한 재료는 꼼꼼한 수작업을 거쳐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간다. 5m나 되는 대나무는 가느다란 댓살이 되고, 투박한 나무토막은 날렵한 팽이가 된다. 얇게 벗긴 닥나무 껍질을 막대기에 묶으면 팽이채도 완성! 꼬박 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지루해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오히려 여유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연을 만들다 지루하면 대나무에서 나온 ‘창’으로 종이접기를 하고, 팽이를 만들다 지루하면 자투리 대나무로 칼싸움을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만의 놀이를 창조하고 즐기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컴퓨터게임 하느라 정신없을 아이들이 창과 자투리 대나무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 어른들이 더 놀라는 눈치다.

     

    완성된 연과 팽이를 들고 찾은 곳은 휴양소 앞마당.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연날리기와 팽이치기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직접 만든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나온 아이들은 자신이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낯설기만 하던 팽이도 척척 돌리고, 바람의 방향을 읽어 연도 제법 높이 날린다.

     

    마당 한쪽 정자에선 아이들이 짚공예 삼매경에 빠졌다. 비교적 수월한 체험이라지만, 짚신이나 달걀 꾸러미를 만드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짚신과 달걀 꾸러미가 제 모양을 갖추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제 손으로 꼰 새끼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보며 즐거워한다.

     

    송전마을에서는 이외에도 계절별로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즈음에는 덕장에서 말라가는 곶감을 따서 포장지에 싸는 체험도 가능하다. 달콤한 곶감 한입 베어 문 아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어둠이 깔린 송전마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말자. 인공의 빛이 잦아든 산골 마을의 밤하늘은 현기증이 날 만큼 수많은 별을 아낌없이 선물한다.

     

    송전마을에서 조금만 거슬러 나오면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다. 벽송사는 조선 시대 벽송 지엄이 창건한 사찰로, 한국전쟁 당시 소실된 것을 중건해 지금에 이른다. 보물 474호로 지정된 함양 벽송사 삼층석탑과 경상남도민속문화재 2호 벽송사목장승 두 기가 있다. 벽송사의 부속 암자인 서암정사는 벽송사 주지를 지낸 원응이 1989년부터 10여 년간 불사를 일으킨 곳으로, 석굴 법당과 각종 불교 조각이 유명하다. 벽송사와 서암정사는 걸어서 15분이면 닿을 수 있어 함께 돌아보기 좋다.

     

    오도재와 지안재도 함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리산제일문이 위치한 오도재 정상에서는 지리산의 넉넉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悟道)는 벽송대사, 서산대사, 인오대사, 사명대사, 완성대사 등이 지리산을 오가며 깨달음을 얻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도재를 지나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지안재가 나온다. 가파른 길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조성한 이 길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차량 궤적을 촬영하는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함양을 말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상림이다. 천연기념물 154호인 함양 상림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언제 찾아도 좋지만, 특히 눈 내린 상림은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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