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풍경] 최서남단 '가거도' 겨울여행 가거도 대리마을의 평화로운 정경.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는 해안가 마을은 경관만 따지면 여느 휴양지 못지 않다. 이 섬의 이름이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을 담은 ‘가거도’가 된 것은 1896년경부터라지만 확실친 않다. 1580년경 서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그러나 내력은 알 수 없는 섬. 아마도 이 섬에 처음 살기 시작한 사람은 가히 살 만한 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거도 가는 길은 멀다. 하루 한 번, 오전 8시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은 비금도, 도초도, 다물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 만재도를 거쳐 네 시간 만에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에 도착한다. 물론 운이 좋아 날이 쾌청하고 바다가 잔잔할 때 이야기다. 근해의 섬들과 달라 바닷길 사정이 좋지 않으면 네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하고, 기상 악화로 도중에 회항하는 일도 있으며,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결항도 잦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TX나 고속버스로 내려가 목포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배를 타야 하므로 일정도 최소한 3박 4일은 잡아야 한다. 큰맘 먹지 않고는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만큼 감동적인 풍경으로 보상하는 곳이 가거도다. 일제강점기에 가거도는 ‘소흑산도’로 불리기도 했다.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로 불린 것은 1896년부터다. 신안군의 1004개 섬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가거도는 중앙에 해발 639m 독실산이 있고, 22km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아찔한 경사의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해 딱히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섬 전체가 절경이다. 가거도에는 1구 대리, 2구 항리, 3구 대풍리 등 세 마을이 있다. 일출을 보려면 1구 대리마을에 민박을 잡는 것이 좋다. 쾌속선이 입항하는 대리에는 흑산면 가거도출장소, 보건소, 우체국, 파출소, 가거도초등학교와 흑산중학교 가거도분교 등이 모여 있고, 민박과 식당을 겸한 집도 몇 군데 있다. 항리와 대풍리는 채 열 가구가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일출 포인트는 마을 앞 방파제와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해뜰목이다. 해뜰목 가는 길은 가거도의 네 개 등산 코스 가운데 하나인 1코스의 일부다.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보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내려오는 원점 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샛개재에서는 가거도항과 대리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지난여름 태풍에 등산로가 일부 훼손되었으나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날씨다. 구름과 안개가 잦은 겨울철 가거도에서 일출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기상예보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은 필수다. 새벽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방파제에 나가서 일출을 기다리자. 국토 최서남단 섬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는다는 설렘과 밤새 창밖에 어른거리는 조기잡이 배들의 불빛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항구와 마을의 새벽 풍경을 가만히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전날 오후에 들어온 배 10여 척이 새벽 4시경 일제히 출항하면 항구는 다시 어둠에 잠긴다. 오전 6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낚시꾼들이 한바탕 출조 준비를 끝내고 출발하면 슬슬 일출을 맞이하러 나갈 채비를 하자. 오전 7시, 방파제에 올라서면 수평선 너머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면서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다. 구름이 많아 온전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이, 짧은 박명이 지나고 구름 사이로 불쑥 밀려 올라오는 아침 해.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사이 빛은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우고, 마을 쪽을 돌아보면 어느새 환해진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움직임이 조용히 시작된다. 가거도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생선은 불볼락이다. ‘열기’라고도 불리는 이 생선은 염장해 바닷바람에 말려서 구워 먹으면 담백하고, 매운탕을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이 섬엔 대중교통이 없다. 차량도 싣고 들어가지 못해 섬을 둘러보려면 민박집 트럭을 얻어 타거나 걸어야 한다. 도로는 둘이다. 1구 대리마을에서 샛개재를 지나 2구 항리마을까지, 샛개재에서 독실산 정상 바로 앞 삼거리까지다. 3구 대풍리마을은 삼거리에서 2.5km가량 산길을 걷거나 마을 주민의 고깃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산길 구간은 지난여름 폭우와 태풍에 많은 피해를 당했다. 가거도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길이 아니라 당장 복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하니, 꼭 가보고 싶다면 배편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독실산 정상은 삼거리에서 20여 분 거리다. 민박집 트럭을 이용할 거라면 삼거리 위 초소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자. 초소에서 정상까지 5분이면 올라간다. 정상에서는 480고지-백년등대-신선봉-2구 항리마을로 이어지는 긴 코스와 바로 항리마을로 내려오는 서너 시간짜리 짧은 코스가 있다. 대다수 여행객이 항리마을을 가거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이유인 섬등반도. 공룡 등뼈 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는 이곳에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항리마을은 대다수 등산객과 여행객이 가거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곳이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 쪽으로 줄달음치고, 가파른 해안 절벽 아래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섬등반도에 오르면 항리마을과 오래된 폐교, 1구로 넘어가는 갈 지(之)자 형상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아일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항리마을은 20년 전만 해도 운동회 날이면 만국기가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들어찰 만큼 가구 수도, 인구도 많았지만 지금은 여덟 가구가 남았다. 그중 두 집이 민박을 운영한다. 봄이 오면 이 광활한 땅은 푸르른 초원으로 변하고, 따스한 햇살 아래 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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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풍경] 최서남단 '가거도' 겨울여행
  • [ 기사입력   2013-01-16 19:56:35 ]

    가거도 대리마을의 평화로운 정경.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는 해안가 마을은 경관만 따지면 여느 휴양지 못지 않다. 이 섬의 이름이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을 담은 ‘가거도’가 된 것은 1896년경부터라지만 확실친 않다. 1580년경 서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그러나 내력은 알 수 없는 섬. 아마도 이 섬에 처음 살기 시작한 사람은 가히 살 만한 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거도 가는 길은 멀다. 하루 한 번, 오전 8시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은 비금도, 도초도, 다물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 만재도를 거쳐 네 시간 만에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에 도착한다. 물론 운이 좋아 날이 쾌청하고 바다가 잔잔할 때 이야기다. 근해의 섬들과 달라 바닷길 사정이 좋지 않으면 네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하고, 기상 악화로 도중에 회항하는 일도 있으며,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결항도 잦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TX나 고속버스로 내려가 목포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배를 타야 하므로 일정도 최소한 3박 4일은 잡아야 한다. 큰맘 먹지 않고는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만큼 감동적인 풍경으로 보상하는 곳이 가거도다.

     

    일제강점기에 가거도는 ‘소흑산도’로 불리기도 했다.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로 불린 것은 1896년부터다. 신안군의 1004개 섬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가거도는 중앙에 해발 639m 독실산이 있고, 22km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아찔한 경사의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해 딱히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섬 전체가 절경이다.

     

    가거도에는 1구 대리, 2구 항리, 3구 대풍리 등 세 마을이 있다. 일출을 보려면 1구 대리마을에 민박을 잡는 것이 좋다. 쾌속선이 입항하는 대리에는 흑산면 가거도출장소, 보건소, 우체국, 파출소, 가거도초등학교와 흑산중학교 가거도분교 등이 모여 있고, 민박과 식당을 겸한 집도 몇 군데 있다. 항리와 대풍리는 채 열 가구가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일출 포인트는 마을 앞 방파제와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해뜰목이다. 해뜰목 가는 길은 가거도의 네 개 등산 코스 가운데 하나인 1코스의 일부다.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보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내려오는 원점 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샛개재에서는 가거도항과 대리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지난여름 태풍에 등산로가 일부 훼손되었으나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날씨다. 구름과 안개가 잦은 겨울철 가거도에서 일출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기상예보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은 필수다. 새벽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방파제에 나가서 일출을 기다리자. 국토 최서남단 섬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는다는 설렘과 밤새 창밖에 어른거리는 조기잡이 배들의 불빛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항구와 마을의 새벽 풍경을 가만히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전날 오후에 들어온 배 10여 척이 새벽 4시경 일제히 출항하면 항구는 다시 어둠에 잠긴다. 오전 6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낚시꾼들이 한바탕 출조 준비를 끝내고 출발하면 슬슬 일출을 맞이하러 나갈 채비를 하자. 오전 7시, 방파제에 올라서면 수평선 너머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면서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다. 구름이 많아 온전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이, 짧은 박명이 지나고 구름 사이로 불쑥 밀려 올라오는 아침 해.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사이 빛은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우고, 마을 쪽을 돌아보면 어느새 환해진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움직임이 조용히 시작된다.

     

    가거도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생선은 불볼락이다. ‘열기’라고도 불리는 이 생선은 염장해 바닷바람에 말려서 구워 먹으면 담백하고, 매운탕을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이 섬엔 대중교통이 없다. 차량도 싣고 들어가지 못해 섬을 둘러보려면 민박집 트럭을 얻어 타거나 걸어야 한다. 도로는 둘이다. 1구 대리마을에서 샛개재를 지나 2구 항리마을까지, 샛개재에서 독실산 정상 바로 앞 삼거리까지다. 3구 대풍리마을은 삼거리에서 2.5km가량 산길을 걷거나 마을 주민의 고깃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산길 구간은 지난여름 폭우와 태풍에 많은 피해를 당했다. 가거도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길이 아니라 당장 복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하니, 꼭 가보고 싶다면 배편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독실산 정상은 삼거리에서 20여 분 거리다. 민박집 트럭을 이용할 거라면 삼거리 위 초소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자. 초소에서 정상까지 5분이면 올라간다. 정상에서는 480고지-백년등대-신선봉-2구 항리마을로 이어지는 긴 코스와 바로 항리마을로 내려오는 서너 시간짜리 짧은 코스가 있다.

     

    대다수 여행객이 항리마을을 가거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이유인 섬등반도. 공룡 등뼈 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는 이곳에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항리마을은 대다수 등산객과 여행객이 가거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곳이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 쪽으로 줄달음치고, 가파른 해안 절벽 아래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섬등반도에 오르면 항리마을과 오래된 폐교, 1구로 넘어가는 갈 지(之)자 형상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아일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항리마을은 20년 전만 해도 운동회 날이면 만국기가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들어찰 만큼 가구 수도, 인구도 많았지만 지금은 여덟 가구가 남았다. 그중 두 집이 민박을 운영한다. 봄이 오면 이 광활한 땅은 푸르른 초원으로 변하고, 따스한 햇살 아래 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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