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정자] 불광불급·不狂不及 2013년의 경제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할 것인가.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우선 ‘장기전’으로 정의했다. ‘기간’으로 보면 이번 저성장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상황을 L자형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예측이 곤란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범위’면에서 보면 이런 저성장 추세가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와 전 업종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구조’면에서는 과거에는 ‘규모의 성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왔지만 이번에는 ‘체질 개선’을 통한 정면대응을 해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개념이 ‘코코넛 위기’이다. 이번의 위기상황을 20미터가 넘는 코코넛 나무에서 2킬로그램이 넘는 열매가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는 예측이 힘들고 제어가 곤란한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코코넛 나무 아래를 지나가던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가 언제 예측불허의 치명적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이야기했다. 광기라는 막판 뒤집기의 힘이 없으면 ‘저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없다. 이제껏 배제되고 감추어져왔던 ‘광기’를 다시 끌어내보자. 그곳에 자신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하는 추동력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광기는 주어진 국면의 마지막 틀을 깨고 다음 국면으로 나가게 하는 ‘뒤집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기억에 가장 유쾌하게 남은 광인이 바로 돈키호테이다. 중세의 암흑기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17세기에 집필된 이 작품은 ‘광기’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후대의 평가는 이 작품을 단순한 풍자소설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광기의 역사’를 집필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돈키호테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명했고, 프랑스의 비평가 알베르 티보데는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및 최고의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결국 깊은 침묵 속에서 중세의 암흑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통해 억압적인 틀에서 솟아나 근대로 가는 비상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정신’만 가지고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고 용기를 내기에 역부족이다. 광인을 감금하기 위한 정신병원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중세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돈키호테의 광기가 중세 암흑기의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라면, 지금 우리가 재발견하고 투자해야 할 광기는 이성의 시대를 넘어 창의성의 시대로 진일보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명년은 뱀해(癸巳)다. 우리 모두 심기일전 환골탈태하여 용비어천(龍飛於天)하는 돈키호테식 재기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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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정자] 불광불급·不狂不及
  • [ 기사입력   2013-01-03 10:30:40 ]

    2013년의 경제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할 것인가.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우선 ‘장기전’으로 정의했다. ‘기간’으로 보면 이번 저성장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상황을 L자형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예측이 곤란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범위’면에서 보면 이런 저성장 추세가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와 전 업종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구조’면에서는 과거에는 ‘규모의 성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왔지만 이번에는 ‘체질 개선’을 통한 정면대응을 해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개념이 ‘코코넛 위기’이다. 이번의 위기상황을 20미터가 넘는 코코넛 나무에서 2킬로그램이 넘는 열매가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는 예측이 힘들고 제어가 곤란한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코코넛 나무 아래를 지나가던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가 언제 예측불허의 치명적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이야기했다. 광기라는 막판 뒤집기의 힘이 없으면 ‘저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없다. 이제껏 배제되고 감추어져왔던 ‘광기’를 다시 끌어내보자. 그곳에 자신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하는 추동력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광기는 주어진 국면의 마지막 틀을 깨고 다음 국면으로 나가게 하는 ‘뒤집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기억에 가장 유쾌하게 남은 광인이 바로 돈키호테이다. 중세의 암흑기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17세기에 집필된 이 작품은 ‘광기’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후대의 평가는 이 작품을 단순한 풍자소설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광기의 역사’를 집필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돈키호테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명했고, 프랑스의 비평가 알베르 티보데는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및 최고의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결국 깊은 침묵 속에서 중세의 암흑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통해 억압적인 틀에서 솟아나 근대로 가는 비상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정신’만 가지고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고 용기를 내기에 역부족이다. 광인을 감금하기 위한 정신병원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중세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돈키호테의 광기가 중세 암흑기의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라면, 지금 우리가 재발견하고 투자해야 할 광기는 이성의 시대를 넘어 창의성의 시대로 진일보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명년은 뱀해(癸巳)다. 우리 모두 심기일전 환골탈태하여 용비어천(龍飛於天)하는 돈키호테식 재기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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