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모두 떠나면 사업체 문 닫을 것” 멕시코와 접한 미국 애리조나주의 국경을 순찰 중인 국경수비대 대원. John Moore/Getty Images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앨라배마州의 앨버트빌. 주민 2만 2000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에는 웨인팜스社가 운영하는 한 대형 닭 가공공장이 있다. 공장 안에서는 직원 300명이 하루 13만 마리의 닭을 처리한다. 지난 10월 앨라배마주가 불법이민자를 단속하기 위한 강력한 법안을 시행한 이후, 주로 멕시코계였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이후 공장은 새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불법이민 단속법을 시행한 앨라배마를 현지 취재했다. 앨라배마는 지난해 가을부터 불법이민자의 주택 구매, 계약 체결, 심지어 공과금 납부까지 모두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불법이민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고, 경찰은 언제라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고, 학교는 모든 신입생들의 체류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불법체류자의 경제?사회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 저임금에 힘든 일 히스패닉계가 도맡아앨라배마의 불법이민자 인구는 18만 명으로 추산되며, 오랜 기간 이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오던 사업체들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 1000명을 쓰고 있는 웨인팜스의 경우 멕시코계 직원들이 떠난 후 취업박람회를 개최했지만 고작 주민 250명이 참가했다. 이중에서 고용할만한 이는 소수였고, 그나마 채용된 이들도 일이 힘들어 곧 그만두는 일이 빈번했다. 웨인팜스의 프랭크 싱글턴 대변인은 주법이 발효된 이후 “이직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로 온 직원을 훈련시키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메우는 데 5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가공공장뿐만이 아니다. 농장, 건설 현장, 조경 등 임금이 낮고 힘든 일은 그동안 불법과 합법 신분에 상관없이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도맡아 왔다. 앨버트빌 인근에서 토마토 농장을 하는 웨인 스미스(56)는 지난 가을 농장에서 일하던 멕시코인들이 모두 도망갔다고 했다. 이후 스미스와 주변 농장주들은 농장에서 일할 합법 신분의 주민을 찾아다녀야 했다. 멕시코인들은 큰 토마토 상자를 하나 채우면 2달러를 받았는데, 하루에 25~35개 상자를 다 채우려면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몸을 구부려 토마토를 따야했다. 스미스는 “백인들은 반나절 밖에 일을 안하고, 흑인들은 아예 오질 않는다. 일이 너무 고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더 높은 일당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스미스는 “지난 30년 동안 멕시코 인력을 써 왔다. 이 법이 계속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암담해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스콧 비슨 주상원의원은 원하는 대로 수만 명의 불법이민자들이 주를 떠나면서 현지 주민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실업률 하락이다. 지난해 가을 9.8%이던 실업률이 현재 7.2%로 떨어졌다. 비슨 의원은 또 “많은 주민들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한다”고 밝혔다. ◇ “양날의 칼… 노동력 증가했지만 범죄도 키워”하지만 고용주들의 말은 다르다. 법이 발효된 초기에는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기술부족으로 해고시켜야 했다고 말한다. 또 앨라배마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은 다른 요인으로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거나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줄자 통계상 실업률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고용주들뿐 아니라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0년대 거의 ‘0’에 가까웠던 앨버트빌의 히스패닉 인구는 2010년 주민의 30%를 차지하게 됐다. 마을 곳곳에서는 스페인어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히스패닉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미레야 보니야는 히스패닉 주민들이 많이 떠났고, 일부는 단속에 걸릴까봐 아예 외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앨버트빌 시장 린세이 리온스는 히스패닉의 유입이 “양날의 칼”과 같은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노동력과 수입이 증가했지만 범죄와 사회적 문제도 가져왔다는 것이다.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떠나면서 마약 거래, 매춘, 자동차 사고가 줄어든 반면, 사업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리온스 시장은 “법안이 의도한 바를 이뤘지만 이것이 영원한 해답은 아니다”라며 “의회가 더 나은 이민 제도를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시민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리온스 시장은 만약 모든 불법이민자들이 앨버트빌을 떠난다면 “사업체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단속 법안을 발의한 비슨 의원은 올 봄 고용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불법이민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처벌을 완화하는 수정 법안을 내놓아야 했다. 비슨 의원은 “주민들이 임금이 낮고 힘든 일자리를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업주들이 “불법이민자를 쓰면서 노동시장을 왜곡시켰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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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이민자 모두 떠나면 사업체 문 닫을 것”
    • [ 기사입력   2012-06-20 23:58:59 ]

      멕시코와 접한 미국 애리조나주의 국경을 순찰 중인 국경수비대 대원. John Moore/Getty Images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앨라배마州의 앨버트빌. 주민 2만 2000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에는 웨인팜스社가 운영하는 한 대형 닭 가공공장이 있다. 공장 안에서는 직원 300명이 하루 13만 마리의 닭을 처리한다. 지난 10월 앨라배마주가 불법이민자를 단속하기 위한 강력한 법안을 시행한 이후, 주로 멕시코계였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이후 공장은 새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불법이민 단속법을 시행한 앨라배마를 현지 취재했다.
      앨라배마는 지난해 가을부터 불법이민자의 주택 구매, 계약 체결, 심지어 공과금 납부까지 모두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불법이민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고, 경찰은 언제라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고, 학교는 모든 신입생들의 체류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불법체류자의 경제?사회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 저임금에 힘든 일 히스패닉계가 도맡아


      앨라배마의 불법이민자 인구는 18만 명으로 추산되며, 오랜 기간 이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오던 사업체들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 1000명을 쓰고 있는 웨인팜스의 경우 멕시코계 직원들이 떠난 후 취업박람회를 개최했지만 고작 주민 250명이 참가했다. 이중에서 고용할만한 이는 소수였고, 그나마 채용된 이들도 일이 힘들어 곧 그만두는 일이 빈번했다. 웨인팜스의 프랭크 싱글턴 대변인은 주법이 발효된 이후 “이직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로 온 직원을 훈련시키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메우는 데 5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가공공장뿐만이 아니다. 농장, 건설 현장, 조경 등 임금이 낮고 힘든 일은 그동안 불법과 합법 신분에 상관없이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도맡아 왔다.


      앨버트빌 인근에서 토마토 농장을 하는 웨인 스미스(56)는 지난 가을 농장에서 일하던 멕시코인들이 모두 도망갔다고 했다. 이후 스미스와 주변 농장주들은 농장에서 일할 합법 신분의 주민을 찾아다녀야 했다.


      멕시코인들은 큰 토마토 상자를 하나 채우면 2달러를 받았는데, 하루에 25~35개 상자를 다 채우려면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몸을 구부려 토마토를 따야했다.


      스미스는 “백인들은 반나절 밖에 일을 안하고, 흑인들은 아예 오질 않는다. 일이 너무 고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더 높은 일당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스미스는 “지난 30년 동안 멕시코 인력을 써 왔다. 이 법이 계속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암담해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스콧 비슨 주상원의원은 원하는 대로 수만 명의 불법이민자들이 주를 떠나면서 현지 주민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실업률 하락이다. 지난해 가을 9.8%이던 실업률이 현재 7.2%로 떨어졌다. 비슨 의원은 또 “많은 주민들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한다”고 밝혔다.

       

      ◇ “양날의 칼… 노동력 증가했지만 범죄도 키워”


      하지만 고용주들의 말은 다르다. 법이 발효된 초기에는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기술부족으로 해고시켜야 했다고 말한다.


      또 앨라배마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은 다른 요인으로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거나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줄자 통계상 실업률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고용주들뿐 아니라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0년대 거의 ‘0’에 가까웠던 앨버트빌의 히스패닉 인구는 2010년 주민의 30%를 차지하게 됐다. 마을 곳곳에서는 스페인어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히스패닉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미레야 보니야는 히스패닉 주민들이 많이 떠났고, 일부는 단속에 걸릴까봐 아예 외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앨버트빌 시장 린세이 리온스는 히스패닉의 유입이 “양날의 칼”과 같은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노동력과 수입이 증가했지만 범죄와 사회적 문제도 가져왔다는 것이다.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떠나면서 마약 거래, 매춘, 자동차 사고가 줄어든 반면, 사업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리온스 시장은 “법안이 의도한 바를 이뤘지만 이것이 영원한 해답은 아니다”라며 “의회가 더 나은 이민 제도를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시민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리온스 시장은 만약 모든 불법이민자들이 앨버트빌을 떠난다면 “사업체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단속 법안을 발의한 비슨 의원은 올 봄 고용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불법이민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처벌을 완화하는 수정 법안을 내놓아야 했다.


      비슨 의원은 “주민들이 임금이 낮고 힘든 일자리를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업주들이
      “불법이민자를 쓰면서 노동시장을 왜곡시켰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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