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달리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저렇게 뛰다가는 그가 곧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의 몸은 자기가 더 잘 안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당시 정통 주법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주법으로 달렸다. 머리와 몸통은 마구 흔들렸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으며 달릴 때 내는 거친 숨소리로 ‘인간 기관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며 발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로 무작정 멀리 뛰거나, 자기가 정해 놓은 만큼의 거리 동안 숨을 참고 뛰었다. 무리한 훈련으로 쓰러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마침내 1952년 헬싱키 올림픽. 5000m, 10000m, 마라톤에서 모두 우승하며 세계 육상 역사를 새롭게 썼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달리기 영웅 에밀 자토페크(Emil Zatopek 1922~2000)의 파란만장한 삶이 프랑스 작가 장 에슈노즈(64)의 펜 끝에서 담담하게 되살아났다. 20세기 ’달리는 기계’의 달리기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묵직한 감동으로 밀려오는 책 <달리기>. 이미 지난해 초 한국에서 출간된 이 책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재출간되며 지난 18일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주한체코대사관, 프랑스문화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에서 박정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은 “육상선수가 된 뒤 18개의 세계 기록을 세운 자토페크는 10000m에서 최초로 30분 벽을 깬 데 이어 구간별 주파 속도를 달리하는 '인터벌 훈련법'의 창시자 이기도 하다"면서 세계 육상 역사에 있어 자토페크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소설의 재미는 사건의 전개와 반전, 등장인물의 심리를 엿보는 데에 있지만, 장 에슈노즈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시큰둥하다. 반면 인물의 공간 이동만은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창조한 인물일지라도 소설가는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속을 두루 휘젓고 다니며 묘사할 권리가 없다“라고 말하는 에슈노즈는 인물의 행동과 대화, 습관과 태도를 묘사하는 것만으로 인물의 성격을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사물이나 풍경, 분위기와 같은 세부 묘사가 치밀하다. <달리기>는 메디치상과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 에슈노즈의 열두 번째 작품이다. 164쪽. 8800원.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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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달리다
  • [ 기사입력   2011-08-22 16:12:12 ]

    숨이 턱까지 차올라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저렇게 뛰다가는 그가 곧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의 몸은 자기가 더 잘 안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당시 정통 주법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주법으로 달렸다. 머리와 몸통은 마구 흔들렸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으며 달릴 때 내는 거친 숨소리로 ‘인간 기관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며 발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로 무작정 멀리 뛰거나, 자기가 정해 놓은 만큼의 거리 동안 숨을 참고 뛰었다. 무리한 훈련으로 쓰러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마침내 1952년 헬싱키 올림픽. 5000m, 10000m, 마라톤에서 모두 우승하며 세계 육상 역사를 새롭게 썼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달리기 영웅 에밀 자토페크(Emil Zatopek 1922~2000)의 파란만장한 삶이 프랑스 작가 장 에슈노즈(64)의 펜 끝에서 담담하게 되살아났다. 20세기 ’달리는 기계’의 달리기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묵직한 감동으로 밀려오는 책 <달리기>.

     

    이미 지난해 초 한국에서 출간된 이 책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재출간되며 지난 18일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주한체코대사관, 프랑스문화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에서 박정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은 “육상선수가 된 뒤 18개의 세계 기록을 세운 자토페크는 10000m에서 최초로 30분 벽을 깬 데 이어 구간별 주파 속도를 달리하는 '인터벌 훈련법'의 창시자 이기도 하다"면서 세계 육상 역사에 있어 자토페크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소설의 재미는 사건의 전개와 반전, 등장인물의 심리를 엿보는 데에 있지만, 장 에슈노즈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시큰둥하다. 반면 인물의 공간 이동만은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창조한 인물일지라도 소설가는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속을 두루 휘젓고 다니며 묘사할 권리가 없다“라고 말하는 에슈노즈는 인물의 행동과 대화, 습관과 태도를 묘사하는 것만으로 인물의 성격을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사물이나 풍경, 분위기와 같은 세부 묘사가 치밀하다. <달리기>는 메디치상과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 에슈노즈의 열두 번째 작품이다. 164쪽. 8800원.

    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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